시놉시스
‘인종’이란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사회 담론으로 형성되는 유기적인 것이다.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본질’이나 ‘근원’이 아니라 다원적인 경험이다. 이러한 생 각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문화연구의 영향을 받았음에 틀림없고, 특히 스튜어트 홀에 많은 빚을 지는 셈이다. <스튜어트 홀 프로젝트>는 홀의 삶과 사상을 담은 ‘전기영화’다. 자 메이카에서 태어나서 영국학파의 대표적인 문화연구가로 기념비적인 문화이론을 설파하기까지의 그의 삶의 궤적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홀이 강조하듯, “어디 출신입니까?”라 는 질문에 하나의 지명으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홀 역시 ‘자메이카’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고향’을 찾아가려면 여러 지역과 가옥을 방문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의 ‘가족사’ 자체가 여러 인종들의 다양한 이주로 얽힌 다원적 역사이며, 그의 사상적 근원은 하나의 불변하는 가치의 중심이 아니라, 이질적인 단상들의 혼재향이다. 중요한 것 은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변화를 수용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담는 영화가 하나의 획일적인 방법론을 따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하나의 원형적 근원을 전제하지 않고 다양성과 이질성을 존중하는 세계관은 어떤 영화적 형식으로 표출될 수 있을까? 영화에서 활용된 자료들은 이 영화를 위해 새롭게 촬영된 이미지들이 아 니라, 이제까지 그가 출연했던 방송 프로그램이나 기록된 강연, 인터뷰 등이다. 영화 전체가 ‘인용구’들로만 이루어진 셈이다. 여기에 풍성한 자료화면들이 재활용되면서 홀의 삶 의 과정이 하나의 다원적이고 파편적인 텍스트로 재구성된다. 주입적인 해설은 물론 없다. 각 단서들은 분절되어 있고, 이들이 이루는 전체적인 흐름은 불균질적이다. 서로 이질 적인 부분들은 새로운 관계들을 만들어 가며 해석의 가능성들을 유기적으로 만들어간다. 여기에 어린 홀에게 국제적인 도시 문화의 가능성에 눈을 뜨게 해주었던 마일즈 데이비 스의 자유롭고도 ‘쿨’한 재즈 선율이 영화 전체를 횡단하며 시대와 정서를 대변해준다. 이 작품은 결국 한 인물의 삶을 다루는 것이면서도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의 혁신적 변화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동시에, 가나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존 아캄프라 감독이 자신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동시대의 지식인에 바치는 개인적인 헌사이기도 하다. (서현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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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아캄프라
John AKOMFRAH유럽과 북미, 아프리카에서 호평 받는 극영화 및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자이다. 또한 영국의 흑인 영화 운동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1986년 이후로 30여편이 넘는 다큐멘터리 와 단편영화를 연출하였으며, 평단의 찬사를 받아 왔다. 주요 작품으로는 <핸즈워스 송즈>, <세븐 송즈 포 말콤 X>, <더 원더풀 월드 오브 루이 암스트롱>, <라이어트>, <나인 뮤즈> 등이 있다.
The Stuart Hall Project (2013)
The Nine Muses (2010)
Wetin Dey (2006)
Stalkers (2003)
Digitopia (2000)
